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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규제개혁 서두를 일 아니다

입력
2015.05.0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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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규제개혁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2월 대통령이 규제개혁 의지를 공표한 뒤 이어 개최된 관련 장관회의에서 공무원 이외에 민간 기업인 등도 함께 참여해 규제완화 건의를 쏟아냈다. 이후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다양한 규제개선작업이 있었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까지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 이해관계자들이 커다란 견해 차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주된 쟁점은 ‘규제비용총량제’ ‘규제개선청구제’ 그리고 강화된 규제개혁위원회의 사전ㆍ사후심사권한이다.

‘규제비용총량제’란 행정기관이 규제를 신설ㆍ강화하려는 경우 그로 인해 피규제자에게 발생하는 ‘직접 순비용’을 측정하고 그에 상응해 기존 규제를 폐지ㆍ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일부에서 기존 규제영향분석의 운영 경험에 비추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가 하면, 경제규제의 피규제자인 기업들이 부담하는 직접 편익과 비용을 기준으로 규제를 완화해 나감으로써 소비자의 권익보호나 시장 내 경쟁 촉진 등 필요 규제가 오히려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누구든지 일정한 행정규제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소관 행정기관에 정비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피청구 행정기관에 대해서는 답변 및 소명 의무를 강제하는 ‘규제개선청구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규제개선 건의에 대한 행정기관의 수용성과 책임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규제개혁위가 기업 민원창구로 전락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규제개혁위의 권한에 대한 논란 역시 적지 않다. 개정안에서는 규제 신설, 기존 규제 관리, 행정기관 소관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 등의 측면에서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규제개혁위의 인적 구성과 결정 내용에 대한 책임 부재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최근에는 개정안에 포함된 위원회의 권한 일부에 대해 입법권 침해라는 논란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논란을 개별 법문들의 단편적인 문제로 바라보기보다는 규제환경과 운영 현실 등 포괄적인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과거에 비해 국회와 시민ㆍ이익단체의 역할이 크게 강화됨으로써 행정규제기본법 제정 당시 법률이 가정하고 있던 행정부 주도의 규제 환경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규제개혁위의 권한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지난 18년간 규제영향평가제도가 시행됐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어온 것 역시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다. 제도의 부실한 운영으로 규제로 발생하는 경제ㆍ사회적 영향에 대한 객관적 검토와 합리적 의사결정 방식이 정부 내에서는 여전히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정부의 규제개선작업에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은 분명하다. 우선 바뀐 규제환경을 반영해 규제개혁위 등에서 심사를 진행할 경우 국회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할 제도적 장치를 두어 위원회의 강화된 권한에 대한 정당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규제영향분석을 내실 있게 운영하려는 노력 역시 수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 설치된 규제연구센터와 비용전문위원회의 기능과 인력을 강화하고, 표준화된 규제영향분석서 작성방법을 개발함으로써 담당 공무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기술적 문제들을 풀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새로 도입되는 규제비용총량제는 별도로 운영하기보다는 규제영향분석 내 분석사항의 하나로 포함시켜 운영하는 것이 현 법률체계에 비추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규제개혁은 장기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규제개혁은 서두르면 개악이 되는 속성이 있다. 단기적인 규제 감축에 집중하기보다는 과거의 규제개혁 노력이 왜 일회성에 그쳤는지 먼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김정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ㆍ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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